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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일은 사람에서 시작해서 사람으로 끝난다. 겉에서 보기엔 아이디어 싸움처럼 보이기도 하고 창의적인 영역이 커보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일은 커뮤니케이션의 역량으로 이루어질 때가 많다. 많은 회사들이 조직 규모가 작고, 규모가 크더라도 일반적인 회사와 비교하면 시스템이 제대로 이루어져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보니 개인의 역량이 의존하는 경향도 크다. 더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수인계 매뉴얼이 없다는 것. 말 그대로 주먹구구식일 때가 적지 않다.
나의 경우에도 두 번 회사를 옮겼지만, 인수인계 매뉴얼이나 인수인계를 위한 파일을 받은 적이 없다. 그런 이유로 내가 얼마나 회사의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 또는 이후에 내 업무를 담당하게 될 사람을 배려할지에 따라 자료의 양도 자료에 대한 설명도 달라져 인수인계의 질 역시 천차만별이 된다. 첫번째 회사의 경우에는 자료 모두를 폴더에 보기 좋게(보지 않고도 어느 폴더에 무슨 자료가 있다고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정리한 것은 물론 자료별로 업무 프로세스를 정리한 페이퍼를 만들어 두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이후부터 시작됐다. 인수인계를 하기 위해 담당자를 배정해달라고 했으나, 내 업무를 담당할 사람을 정해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제대로된 인수인계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파일만 남겨둔 채 퇴사를 했다. 이렇다 보니 담당자가 퇴사를 하고 나면 회사는 이전과 다른 회사가 된다. 그 동안 축적해온 경험들은 사라지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과 비슷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무엇보다 인수인계는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회사를 다니는 동안도 비슷하다. 개개인의 역량이나 일에 임하는 태도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진다.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뛰어나고 애정을 가지고 고심을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차이가 확연하다. 이것은 시스템에 의해 회사가 운영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매뉴얼이 없고 프로세스가 없는 업계의 한계다. 변명을 하자면 그럴 수 밖에 없는 부분도 충분히 존재한다. 빠르게 변화해가는 트렌드와 다양해진 채널, 그것을 따라잡기에도 어려운 상황에서 규모가 크지 않은 회사의 특성상 한 사람이 여러 몫을 하고 있는데다가 경영지원조차 받지 못하는 일이 다분하다 보니 매뉴얼을 만드는 것은 요원한 일이 된다. 그렇게 개인의 역량에 따라 회사가 움직이다가 담당자가 퇴사라도 하게 되면 그동안 축적한 모든 경험이 날라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내가 회사를 다니면서 가장 힘들었던 이유도 그런 부분이었다. 나의 역량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환경이다 보니 내가 조금이라도 신경을 덜 쓰면 업무 공백은 쉽게 발생한다. 그런 상황은 책임감으로 돌아오고 퇴근 후는 물론이거니와 연차를 내더라도 쏟아지는 업무 연락에 쉽사리 쉴 수가 없다. 어떻게 하면 이런 일들을 줄일 수 있을까. 각 부서의 인력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경영지원팀과 총무팀의 업무 지원 역시 절실하다. 뿐만 아니라 각 부서의 인력도 단순히 인력을 늘리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재를 데려오기 위한 노력도 뒷받침 되어야 한다. 그러자면 연봉이나 사내 복지 등에도 개선이 필요하다. 이제 더 이상 좋아하는 일이라는 이유로 열정을 요구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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